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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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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후 첫 명절.

 

왠 남의 삶에 그렇게 관심들이 많은지 설 앞두고 가장 많이 들은 말 같다. 남이사 결혼을 하고 첫 명절을 보내던 안보내던 대체 뭐가 궁금한지 남일에 관심없는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여튼 친가에 가서 차례를 지내고 처가댁의 어르신들을 만나고 오니 3일이 훌쩍 지났다.

 

우리집이야 명절이 늘 심심한 집안이고 '우리집'이니 새삼 느껴지는 게 없었다만 처가댁에서는 이것저것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흔이 넘으신 어르신이 한 분 계시는데 보통 설 당일에 가족이 모였어야겠지만 어르신의 9남매의 대부분이 여식이었기 때문인지 설 이튿날 모여든 모양새였다. 독자 아버지를 모시고 있던 나로서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낯설고 부담스러운 모습이었는데 반대로 명절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르는 풍경이기도 했다. 형제들이 모여 추억이 담긴 담소를 나누며 웃고 집안 꼬맹이를 여러 어른들이 득달같이 놀려먹기 바쁜.

 

아무래도 아들이 귀한 집안은 자연스레 가부장적인 집안의 모습을 띄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시대를 그런 시대에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의 문화와 인식인건지 좌우지간 밥 한끼를 먹어도 꿈쩍도 안하는 남자들의 모습에는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게 아직까지는 일반적인 한국 사회의 모습일터.

 

남 일하고 있는데 가만히 앉아있는걸 못하는 내가 수저라도 차려놓으려, 설거지 거리라도 가져다 놓으려 움직이려니 큰 어르신인 할머니께서 질색을 하시기도 했다. 가족이 되어 처음으로 온 손주 사위가 편히 있다가 가길 원하셨던건지 남자가 부엌에 드나드는게 아니라고 생각하셨던건지 생각해보면 양쪽 둘 다 였을거 같기도 하고. 어쨌든 내 생애 이렇게 요란스러운 명절은 처음이었다.

 

처가 어르신댁에 들리고 장인,장모와 처남, 아내와 함께 장인어른댁으로 향했다. 결혼을 앞두고, 결혼을 하고나서도 아내는 장인어른에게 꾸준하게 '왜 사위 데려오면 따준다던 30년산 양주를 따주지 않느냐'며 따져왔다. 그럴때면 장인어른 대답이 시원찮게 느껴져서 나로서도 썩 마시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아 아내에게 소주나 한 잔 먹으면 그만이라고 말해왔는데 아내는 내게 그 30년산 양주를 먹이는게 목적이 아니라 자신이 그것 때문에 매번 들어왔던 잔소리와 간섭이 억울했던 모양이라 별 말 하지 않았더랬다. 이번 명절에도 아내는 그 얘기를 꺼냈다. 얼굴 마주칠때마다 그 얘기를 꺼내니 장인어른도 별 수 없었는지 이번에는 대답이 시원하게 나왔다. 장인어른과 처남이 함께 수산시장에 들러 낙지와 광어를 떠와 준비를 해놓고 발렌타인 30년산과 로얄 살루트 21년산을 함께 꺼내놓았다.

 

내심 기대를 하고 있었으므로 아내가 건네는 맥주는 '귀한 술 앞에두고 입맛 베리기 싫으니 맥주는 되었다'며 거절을 하고. 21년산과 30년산을 연이어 마셔보았다. 로얄 살루트도 훌륭한 녀석이었지만 과연 발렌타인 30년산의 맛 역시 더욱 훌륭했다. 입안에서 화악 퍼지는 발렌타인의 향이 아쉬워 입안에 잠시 머금고 있다가 넘겼다.

 

장인과 장모는 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길 원했으나 아내가 질색을 하고 거절했다. 나 또한 그러겠다고 대답이 나오지 않았으니 삶에 여유가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남은 연휴 하루만큼은 온전히 쉬고 싶다는 생각이 더 앞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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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cent Comme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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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logIcon 버섯씨

    2018.02.20 10:26 신고

    하루님! 오랜만이에요'ㅅ'! 결혼 전에 포스팅 했었는데 그때 하루님도 결혼 준비중이시라고 들었는데 벌써 둘 다 결혼을 해버렸네요 ㅋㅋ 결혼하고 첫 명절이라 정말 정신없었어요! 공감이 많이 되는 포스팅이네요. 결혼 진심으로 축하드리구요~ 오늘도 좋은하루 되세요!

    • 프로필사진

      BlogIcon Haru 

      2018.02.20 12:43 신고

      오! 돌아오셨군요! 결혼식은 잘 치루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버섯씨 블로그 잠깐 들러봤는데 불꽃 포스팅을 하셨네여! 퇴근하면 알새우칩 하나 까서 구경가겠습니다ㅎ 결혼 축하드리구요! ^^